Never Fade Away
Beyond the edge of time, into forever
나는 부모님의 뒷모습을 몰래 찍는 걸 좋아한다.
아빠는 늘 앞서 걸으며 빠르게 상황을 읽고,
우리가 조금이라도 더 편하도록 길을 열어주던 사람이었고,
엄마는 언제나 우리 마음의 속도를 살피며
고요한 평화를 건네주던 사람이었다.
부모님의 등을 좇아 잰걸음으로 따라다니던 어린 시절을 지나,
이제는 천천히, 우리 뒤에서 쉬어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은 날들 속에
내가 서 있다.
베트남에 온 지도 어느덧 5개월.
타지에서 적응해 가는 딸을 보기 위해 날아와 준 부모님과,
미국에서 무려 30시간을 건너온 오빠,
그리고 남편이 함께한 베트남의 시간은 참 따뜻했다.
전혀 어색함 없이 남편마저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더 행복했던 12월💛
엄마 아빠 덕분에 호치민 시내도 구경하고, 같이 공연도 보고,
베트남 음식도 정말 다양하게 많이 먹어봤다.
같이 완벽한 휴양지를 만끽한 것도 너무 좋았고!
아빠는 이따금씩 눈시울이 붉어지곤 했는데,
아빠 눈을 마주치면 내 눈물이 터질 것 같아서
괜히 농담을 건네거나 다른 곳을 쳐다보곤 했다.
낯선 곳에 있는 내가 걱정이었을지, 혹은 안쓰러웠을지.
내 걱정하지 않도록 좋은 곳,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었던 마음이
되려 너무 애쓰는 것 같아 보였을지.
세심한 피를 물려받은 나의 마음과 생각들은 아빠만이 알겠지.
30대 중반도 여전히 엄마 아빠에겐 애기 같다.
엄마가 이렇게 베트남 음식을 좋아했네~ 하며 뿌듯했던 시간.
더운 날씨와 잦은 이동에 피곤하진 않을지 걱정도 했지만,
행복해하던 엄마 얼굴을 많이 봐서 내가 더 행복했다!
오빠도 정말 고생해서 베트남 여행에 조인했는데,
너무 고생스러운 여정임에도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한
오빠의 그 마음이 너무 감동이었다🥹
그리고 Yi 패밀리의 보통의 일상들 속에
남편이 함께할 수 있었던 게 큰 축복 같다.
앞으로 이런 시간 많이 만들어야지.
가족을 배웅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벌써 마음 한쪽이 텅 비어버린 기분이다.
시시콜콜 나누던 이야기들, 사소한 아이스크림 내기 보드게임까지
모두 다 그리워졌지만—
가족의 뒷모습을 찍고 있는 나의 모습까지 다시 담아주던 남편 덕분에,
이 허전함도 조금은 부드럽게 안고 지낼 수 있을 것 같다.
And we’ll have this place to call home.
역시 가족 최고!🏠🤍
인아도 예전에 잡아둔 휴가 일정이 또 딱 호치민이어서,
만나서 직접 청첩장을 받았다.
뉴욕에 있을 때도, 호치민에 있을 때도 유일하게 와준 친구.
그런 인아에게 꼭 부케를 주고 싶었던 것 같다.
내 마음을 잘 받아주고,
또 이렇게 좋은 소식까지 들을 수 있어서 행복했던 날.
인아는 나보다도 오토바이 사이를 잘 건너는 모습을 보여주고,
(모든 건 기세라는 깨달음을 주고!)
재밌게 읽은 책 세 권을 선물해 주고 떠났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머물다 떠난 자리가
유독 더 크게 느껴지는 날.
원래 루틴대로 PT를 하고, 밥을 챙겨 먹었다.
더 열심히 몸을 움직인 하루.
그리고 남편과 올해 연말은 호주에서 보내기로 했다.
2025년도 얼마 안 남았다는 것이 체감이 안 되는데,
아마 너무 많은 변화가 있어서겠지!
함께 들여다보면서, 서로 대립하지 않고,
각자 동등한 자리에서 조화롭게 살아가는 길을 모색하는 것.
사랑이 가득한 12월의 시작이 좋다.
사랑스러운 2025년도 잘 마무리하고
2026년을 잘 계획해 봐야지!🩵